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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관동별곡 작성일 : 2012-07-1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관동별곡

1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었더니

관동 팔백리에 방백을 맡기시니

아아! 성은이야 갈수록 망극하다

연추문(延秋門) 드리다라 경회남문(慶會南門) 바라보며

하직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섰다

평구역(平邱驛) 말을 갈아 흑수(黑水)로 돌아 드니

섬강(蟾江)은 어디메냐 치악(雉岳)은 여기로다

 

2

소양강 내린 물이 어디로 든단 말고

고신거국(孤臣去國)에 백발도 많고 많구나

동주밤을 겨우 새고 북관정에 올라가니

삼각산 제일봉이 하마터면 뵈겠도다

궁예왕 대궐터에 오작(烏鵲)이 지저귀니

천고흥망을 아는가 모르는가

회양 네 이름이 공교롭게 같을시고

급장유의 풍채를 다시 아니 보겠는가

 

3

영중은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데

화천 시내 길이 풍악으로 뻗어 있다

행장을 다 떨치고 돌길에 막대 짚어

백천동 곁에 두고 만폭동 들어가니

은 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의 꼬리

섯돌며 뿜는 소리 십리에 퍼졌으니

들을 때는 우레더니 바라보니 눈이로다

 

4

금강대 맨 윗층에 선학이 새끼 치니

춘풍 피리 소리 첫잠을 깨었든지

호의현상(縞衣玄裳)이 공중에 솟아 뜨니

서호(西湖)의 옛 주인을 반겨서 넘노는 듯

 

5

소향로 대향로 눈 아래 굽어 보며

정양사 진헐대 다시 올라 앉아 하는 말이

“여산의 참 모습이 여기야 다 뵈도다.”

아! 하늘의 조화 장엄하고 장엄하다

날거든 뛰지 말지 섯거든 솟지 말지

연꽃을 꽂았는 듯 백옥을 묶었는 듯

동해를 박차는 듯 북극을 괴었는 듯

높을시고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사뢰려고

천만겁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는가

아아! 너로구나 너 같은 이 또 있는가

 

6

개심대 다시 올라 중향성 바라보며

만이천봉을 역력히 세어 보니

봉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좋지 말지 좋거든 맑지 말지

저 기운 흩어 내어 인걸(人傑)을 만들고자!

형상도 그지없고 산세도 굉장하다

천지 생겨 날 때 자연히 되었건만

이제 와서 보게 되니 정이 있고 또 정이 있구나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 본 이 그 뉘신가

동산(東山) 태산(泰山) 어느 것이 높던고

노나라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든

넓고도 넓은 천하 어찌하여 작단말고

아아! 저 높은 경지를 어찌 하면 알 것인고

오르지 못하거니 내려감이 이상하랴

 

7

원통골 가는 길로 사자봉을 찾아 가니

그 앞의 너럭바위 화룡소가 되었구나

천 년 늙은 용 굽이굽이 서려 있어

밤낮으로 흘러 내려 바다에 이었으니

풍운을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나

응달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

 

8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 넘어 가서

외나무 썩은 다리 불정대에 올라가니

천 길 절벽을 반공에 세워 두고

은하수 한 굽이를 촌촌이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내어 베같이 걸었으니

도경(圖經) 열두 굽이 내 보기에는 여럿이라

이태백이 지금 있어 다시 의논하게 되면

여산(廬山)이 여기보다 낫단 말 못하려니

 

9

산중을 매양 보랴 동해로 가자꾸나

남여(籃輿) 완보하여 산영루에 올라가니

영롱벽계(玲瓏碧溪)와 숫한 새 소리는 이별을 원망하는 듯

깃발을 펼치니 오색이 넘노는 듯

고각(鼓角)을 섞어 부니 구름이 다 걷히는 듯

명사길 익숙한 말 취선을 빗겨 실어

바다를 곁에 두고 해당화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지를 마라 네 벗인 줄 어찌 아느냐

 

10

금란굴 돌아들어 총석정에 올라가니

백옥루 남은 기둥 다만 넷이 서 있구나

공수(工倕)의 만듬인가 귀부(鬼斧)로 다듬인가

구태여 육면은 무엇을 상징한고

 

11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 가니

단서(丹書)는 완연한데 사선(四仙)은 어데 갔나

여기 사흘 머문 후에 어디 가 또 머물가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군데 앉았던고

 

12

배꽃은 벌써 지고 접동새 슬피 울 제

낙산 동쪽 갓길로 의상대에 올라 앉아

일출을 보리라 밤 중 쯤 일어나니

상운이 피어나는 듯 육룡이 받치는 듯

바다에서 떠날 때는 만국(萬國)이 일위더니

하늘에 치뜨니 털 낱도 세겠도다

아마도 떠난 구름 근처에 머물겠지

시선(詩仙)은 어데 가고 시구(詩句)만 남았느냐

천지간 장한 기별 자세히도 전했구나

 

13

석양 현산의 철쭉을 이어 밟아

우개지륜(羽盖芝輪)이 경포에 내려가니

십리(十里)빙환(氷紈)을 다리고 다시 다려

장송(長松) 빽빽한 속에 한없이 펼쳤으니

물결도 잔잔코 잔잔아 모래알을 헤아리겠다

작은 배 닻을 풀어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대양이 거기로다

조용하다 이 기상 넓고 아득하다 저 경계

이보다 갖춘 데 또 어디 있단 말고

홍장(紅粧) 고사를 야단하다 하리로다

강릉 대도호 풍속이 좋을시고

충신·효자·열녀문 고을마다 널렸으니

비옥가봉(比屋可封)이 이제도 있다 할까

 

14

진주관 죽서루 오십천 흘러내린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 가니

차라리 한강의 남산에 대이고저!

왕정(王程)은 유한하고 풍경이 싫지 않으니

유회(幽懷)도 많고 많아 객수(客愁)도 둘 데 없다

신선의 배 띄워 두우(斗牛)로 향해 갈까

선인을 찾으려 단혈에 머무를까

 

15

하늘 맨 끝을 끝내 못 보고 망양정에 올라 하는 말이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고.”

가뜩이나 성낸 고래 뉘라서 놀랬길래

불거니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지고

은산을 꺾어 내어 육합(六合)에 내리는 듯

오월 긴긴 날 백설은 무슨 일고!

 

16

어느덧 밤이 들어 풍랑이 진정커늘

부상(扶桑) 가까이 명월을 기다리니

서광 천 길이 보이는 듯 숨는 구나

주렴을 고쳐 걷고 옥섬돌 다시 쓸며

계명성 돋도록 곧게 앉아 바라보니

백련화 한 가지를 뉘라서 보내신고

이리 좋은 세계 남에게 다 뵈고저!

유하주 가득 부어 달더러 묻는 말이

“영웅은 어디 가고 사선은 그 뉘런지.”

아무나 만나 보아 옛 기별 묻자 하니

선산(仙山) 동해에 갈 길도 멀고 멀다

 

17

솔뿌리 베고 누워 풋잠을 얼풋 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날더러 이른 말이

“그대를 내 모르랴 천상계 진선이라

황정경 한 자를 어찌 잘못 읽어 두고

인간계 내려 와서 우리를 따르느냐

잠간만 가지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보오.”

 

북두성 기울여 창해수 부어 내어

저 먹고 날 먹이거늘 서너 잔 기울이니

화풍이 슬슬 일어 양 겨드랑 치켜드니

구만리 장공(長空)에 자칫하면 날겠다

이 술을 가져다가 사해(四海)에 고루 나눠

억만창생을 다 취케 만든 후에

그제야 다시 만나 또 한잔 하자꾸나

말 끝나자 학을 타고 높이 올라 가니

공중 옥퉁소 소리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 보니

깊이를 모르거든 가인 들 어찌 알리

명월이 천산만락에 아니 비친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