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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도의 문화 인물 "송강 정철" 작성일 : 200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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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정은 담양군 고사면의 원강리에 흐르는 송강 위의 산 언덕에 세워진 정자이다. 원래 송강의 재 이름은 죽록천(竹綠川)이었고, 그 앞에 펼쳐진 들은 죽록평야(竹綠平野)이다. 당양에는 대(竹)가 많기 때문에 죽록이라는 말이 일부러 표방되어 붙여진 이름들이다. 산 언덕에 올라 정자에 이르면 정면에 송강정이라 한 현판이 걸려 있고, 측면에는 죽록정이라 한 이름이 현액되어 있는데 건물 명칭이 두 가지로 명명되고 있음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자를 처음 조영한 사람은 물론 송강 정철이다. 그 역시 이를 죽록정이라고도 하였다. 그가 도문사에게 지어 주었다는 다음의 시를 보면 이 점을 확신케 한다.

贈道文師증도문사 : 도문사에게 드리다.

小築新營竹綠亭소축신영죽록정 : 조그마한 정자 죽록정을 새로 지어 경영하니
松江水潔濯吾纓송강수결탁오영 : 그 아래 송강은 물이 많아 내 갓끈을 씻네
世間車馬都揮絶세간거마도휘절 : 속세의 오가는 가마들 모두 물리치고
山月江風與爾評산월강풍여이평 : 강산의 풍월을 그대와 함께 평하리라

정철의 6세손 정재가 제작한
「遺墟修理時敬次松유허수리시경차송牛雨先生韻感而有述우우선생운감이유술」에서 죽록정과 송강정은 곧 같은 정자이다. ‘竹綠松江卽一亭’이라 하였고, 「松江亭遺墟修理時序」에서도 선조의 글을 보면 새롭게 죽록청을 경영한 시가 있는데, 생각건대 죽록정은 송강정과 같은 이름이다.

그러면 정자가 세워진 때는 언제인가?
정철이 처음 담양과 인연을 갖기는 앞의 항에서 말 한 바와 같이 16세 때의 일이다. 17세 때는 담양의 유곡리에 있는 유옥의 손녀와 결혼하여 이 곳은 곧 그의 제2고향이 되었는데, 27세에 대과급제하여 출사한 후 공식적으로 담양으로 낙남하기는 네 차례로 알려져 있다. 40세 때의 약 2년간을 비롯하여 44세와 46세때, 그리고 50세때 남쪽 땅으로 내려와서 머문 일은 모두 정계에서 방출된 불우한 처지였다. 그런던 중 죽록정을 경영하기 시작한 것은 네 번째 낙남하였을 때의 일이다. 그러므로 송강정은 선조 18년(1585)부터 조영되었다고 하겠다. 앞에 든 시 「증도문사」의 내용이 원숙한 나이의 제작임을 느끼게 하고, 그 유명한 미인계 가사인 「사미인곡」과「속미인곡」이 그의 52-3세 때 이루어졌다함은 그가 죽록청에서 보낸 누정생활에서의 제작임을 의미한다.

정철은 이곳에 이르러 나날을 임금을 그리며 송강정의 삶에서 많은 작시를 이루었다. 한없는 연군지정을 시조와 가시, 그리고 한시를 통해 시적 형상화를 기하였다. 흔히 누정을 작시풍류의 장이라 하지만, 송강정처럼 연군의 정으로 경영되었던 예는 거의 드물다. 때문에 이는 연군정이요. 시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례로 송강정에서 절절한 정을 노래한 시조 두 수를 가려 들면 이러하다.

내 마음 베어 내어 저 달을 만들고자
구만리 장천에 뚜렷이 걸려 있어
고운 님 계신 곳에 비추어나 보리라.

이 몸 헐어내어 냇물에 띄우고자
이 물이 울며 흘러 한강 여울된다 하면
그제야 임 그니 내 병이 덜할 법도 있느니

위의 시 후자에서 이르는 냇물은 송강정 아래에 흐르는 송강천을 말한다. “임 그린 내 병”은 연군으로 말미암은 병이다. 때문에 북쪽으로 흐르는 송강여울에 자신의 몸을 헐어내어 유수에 띄워 보내고자 한 객자의 심정이 얼마나 간곡한지 가히 짐작이 된다.

한편 「송강집」을 비롯하여 각종 문헌에 나타나는 송강정의 누정시인을 가려보면 약 20명 내외로 집계된다. 이들은 어느 시사적 모임을 통해 루정시를 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수풍광이 수려한 송강정이 특히 저 유명한 정철의 유서 깊은 작시 무대라는 데에 관심을 갖고, 그 역사적 발자취를 염두하면서 루정제영을 이룬 사람들이 그 대부분이다. 이 같은 시인들이 작시 무대를 일괄하여 시단이라 할 때에 송강정은 한국문학사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역사적으로 주목해야 할 루정시단임을 더 말할 나위 없다. 국문학상 가사의 제1인자라고 할 정철이 이 곳 삶에서 걸작으로 일컫는 가사와 시조, 그리고 많은 한시 제작으로 훌륭한 문학적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에 작시 무대로서 송강정의 명성이 그렇게 빛나게 된 것이다.

정철은 50세 때에 당쟁에 휘말려 사헌부와 사련원의 논척을 받고 방축됨에 따라 처가가 있는 창평(지금의 담양)에 내려와 고신의 눈물을 흘리며 외로운 생애를 엮어 나가야 했다. 산수가 뛰어난 남도의 자연에 몰입하여 오직 나라의 임금을 그리며 시대를 걱정하며 지내던 그는 풍성하게 이는 시절 정회를 작품을 통해 승화시켰다. 이 때 송강정에서 이룬 「사미인곡」과「속미인곡」은 연군 가사의 명작으로서 미인계 가사의 으뜸으로 손꼽는다. 우리나라 대표적 평론가인 숙종때의 서포 김만중이 그의 「서포만필」에서 정철이 제작한 이 두 작품과 「관동별곡」을 들어 '예로부터 동방에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 뿐이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세편을 다시 논한다면 「속미인곡」이 더 뛰어나다. 미인계 가사 가운데 「사미인곡」은 본의 아니게 이별한 한 여인의 입장을 빌어 우시연군의 간곡한 정을 노래로 형상화한 가사체 서술의 작품이다. 그리고 「속미인곡」은 「사미인곡」에서 다하지 못한 서정을 다시 펴 낸 것으로 제목 그대로 전편에 보인 사미인에 대한 속편이다. 임금으로부터 버림받은 작자 자신의 처지를 임김에게서 버림받은 한 여인의 가련함에 비유하여 절절한 연극의 정을 가사체에 담아 노래하였다.

전편이 한 여인의 독백체임에 반하여 후편은 두 여인의 대화체 서술의 구성이다. 종래 다른 가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표현이 극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김만중이 말한 그대로 「속미인곡」이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편의상 두 가사의 전후 부분을 현대 역하여 들면 다음과 같다.

「사미인곡」

이 몸이 생겨날 제 임을 쫓아 생겨나니
한평생 연분이며 하늘 모를 일이던가
나 오직 젊어 있고 임 오직 날 사랑하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데 전혀 없다.
평생 원하기를 함께 살자 하였더니
늙어서 무슨 일로 홀로 두고 그리는고
엊그제 임을 모셔 광한전에 올랐더니
그 사이 어찌하여 하계에 내려왔나
(중략)
아아 내 병이야.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어가서 범나비 되오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간데 족족 앉았다가
향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으리라
임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 임 좇으려 하노라


「속미인곡」

저기 가는 저 각시 몬 듯도 하는구나
천상의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 다 저문날에 내 말좀 들어보오
내 얼굴이 거동이 임사랑 함직하냐마는
어쩐지 날 보시고 너로다 여기시어
나로 임을 믿어 딴 생각 전혀없이
아양이야 교태야 어지러이 굴었더니
반기시는 얼굴빛이 예와 어찌 다르신가
(중략)
어와 허사로다 이 임이 어딜 갔나
잠결에 일어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가없은 그림자 날 좇을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가서 낙월이나 되어 있어
임 계신 창안에 반듯이 비추리라
각시님 달은 커녕 궂은 비나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