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피화기사」의 요약

이「강도피화기사」를 詳考하건대 대략 인조 14년(1636) 12월 청병이 침입하고 開城을 통과한 정월 14일 후 21일 전에 강화도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며,「강도피화기사」의 내용으로 보아 정양 일가는 22일 이전에 입도하였다. 왜냐하면 22일 중형의 犯賊의지와 정양에 의한 外島로의 피난이 논의되고 있다.

정월 22일; 중형은 이미 적의 궁성함락으로 성에 들어 갈 수 없음을 알고 摩尼山에서 犯賊을 시도한다. 한편 정양은 바다를 건너 외도에 피란할 계획을 세운다.

정월 23일; 배를 타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가 엇갈려 다툼과 반목이 일어난다. 민성임이 빌린 배에 매형(최유연)이 승선하려다 거절당하여 매형이 크게 화가 났다. 그 화가 정양에게 미친다. 매형이 정양 일가의 승선을 막자 중형이 하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매형과 민성임이 평소에 소원했던 점이 死生의 기로에서도 양보하지 못하는 정도였다.

정월 24일; 중형과 부인 우씨가 이날 殉節하였다. 적의 기병들이 들이 닥쳐 노략질을 당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처마 밑에 엎드려 정양과 부인은 생명을 보전한다. 노비들이 잡혀가는데 정양의 여종인 경우는 모두가 잡혀 갔다. 정양의 가속은 정양과 부인, 서모와 망제의 부인, 그 아들, 외숙인 박욱 3부자와 비복이다. 정양내외를 제외하고는 바위 사이에 은익시켰다. 다음 배를 타고 외도로 탈출하려 하나 매형인 崔有淵의 방해로 여의치 않게 된다. 결국 작문의 군사를 뇌물로 매수하는 등 여려 가지 방법으로 부인과 제부, 조카를 피난케 하여 정씨의 絶門을 막으려 하였다. 庶母 등은 바위사이에 숨어 목숨을 보전하도록 여종 애단에게 맡긴다.

정월 25일; 배가 떠나기 전에 적을 만나 정양내외와 제부 모두가 自刎을 시도하나 성공하지 못한다. 또 정양은 적의 화살 다섯 발을 맞고 왼쪽 눈을 그 후 폐명하기에 이른다. 부인과 제부는 자문의 시도로 낭자하게 흘린 피로 인해 흉측스런 몰골로 죽임을 면한다. 그 혼란 중에도 신주를 중하게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양의 부인은 죽음에 거의 임박한 비몽사몽간에도 신주를 찾고 있다. 양은 죽기를 기약하고 최항에게 정씨의 씨앗(種)을 보전하기 위하여 제부와 조카를 부탁하며, 摩尼山의 竿長에 기원한다.

정월 26일; 적이 나타나지 않아서 적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정월 27일; 적들이 여아를 쫓는 것을 숨겨주다 발각되어 정양이 칼을 맞는다. 枯木으로 막고 다음은 龍硯으로 막았는데 용연의 모서리가 떨어져 나갔으나 그로 인해 생명을 부지했다.

정월 28일; 적을 피하기 위해 堗石을 드러내고 은익처를 만들어 피하는데 적이 접근하여 村家에 불을 지른다. 타는 연기가 구들장 밑으로 스며들어 왔으나 천신만고 끝에 죽기를 면한다. 노비들은 전과 같이 산에 올라가 숨고 집주인 趙莫同은 年老함으로 적이 해를 주지 않을 것을 감안하여 집을 지켰다.

이 과정에서 노비들의 눈물겨운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다시 배를 빌려 오히려 배위에서 만삭이 된 정양의 부인이 해산하는 것이 적의 해침을 피하는 길이라고 믿고 혼신을 다하여 시도한다. 저녁 때 배를 탔는데 유시 경에 배위에서 부인이 남아를 출산하였다. 배위에서의 출산을 금기시하는 사공들의 질시를 설득하고 책망하여 위기를 면하고 노비들의 도움으로 산모와 출생아의 생명을 보전한다.

정월 29일; 오전 外島에 배가 정박했다. 모두 굶었는데 시노 형제가 쌀 약간을 가지고 와서 음식을 지었다. 매형을 만나 집을 빌렸으나 집의 모양을 갖추기 어려웠다.

정월 30일; 산부가 상처가 나서 싸 맺는데 겉으로 크게 들어나서 벌써 이틀이 되었다. 새벽에 눈이 오고 바람이 불다가 천행으로 잠잠해 졌다. 이 날 삼전도에서 ‘城下의 盟’이 이루어 졌으나 나중에 민만일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2월 1일; 周冕이 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아마도 육지 쪽으로) 집을 빌려주었다. 이 집은 土窟이 곁에 있어 피하기가 유리하였다. 그래서 토굴 방이 있는 곳에 살았다. 젊은 패거리들이 겁박하고 집을 세력으로 빼앗으려 했으나 그들을 설득하여 살기를 허락하였고 그들도 정양을 인정하였다. 信川에 살던 우인인 閔燠, 趙亨伯이 찾아왔다. 통진의 이웃도 와서 한 되 한 홉으로 서로 도왔다. 술을 즐기는 병통 때문에 베게 밑에 술을 숙성시키다가 조형백이 발설하여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 난관 속의 어려움을 이기기 위한 방편임을 우인들이 동정하여 오히려 조형백이 동류들에게 비웃음을 받게 되었다.

2월 2일 이후; 배를 가진 무리들이 강화도로부터 적이 소와 말을 약탈하였다. 閔熳日이 상처 난 눈을 치료하고 독혈을 제거했다. 이 때 하루는 閔熳日이 와서 남한산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천지가 뒤집힌 것이다. 나타나지도 못하고 소리조차 잃고 통곡하는데 민만일이 그동안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깨우쳐 주어서 그치었다.

이제 중형과 형수는 적에게 사역되기는 기력이 다할 것이고, 내일의 盟約이 적과 이루어 졌다는 것을 아는 한 분명히 죽음을 기필했을 것이라고 믿고 시신을 찾기에 나섰다. 외숙 박욱의 여종 九花가 사로잡혔다가 돌아와서 중형 내외의 죽음을 太奴에게 확인시켜 죽은 날과 죽은 장소인 摩尼山 外 西邊의 路上을 알려 주었다. 외숙 박욱에게 모든 가족을 맡기고 떠나 傳燈寺로 갔다. 배에서 하루 밤을 자고 전등사에 올라가 중들을 만나 오랜 만에 배불리 대접받았다.

다시 외숙 박욱과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중형과 형수의 시신을 그 장소에 가서 찾았으나 염습할 장구가 하나도 없어서 홑옷과 홑저고리를 갖추어서 시신의 殮襲을 맞추고 뒷날의 장례를 기약했다. 벌써 죽은 지 20일이 지났는데 얼굴은 살아있는 것과 같았다. 참혹한 시신을 정양이 친히 염습하였다. 적이 가도로 향하면서 그들의 행패를 걱정하여 사민을 단속하는 교지가 내려졌다. 호종했던 군사들이 자기 부모의 시신을 찾아 강도에 왔다.

통진 옛집이 불타 灰塵하였을 것으로 생각하여 산모의 병을 위하여 조리할 따뜻한 방을 찾았다. 처가인 忠州에 처를 맡기려 하여 힘을 다하여 치료하였으며, 서모는 그 조카를 만나 미리 충주로 보내고, 제부와 조카를 데리고 부평으로 갔다. 부평은 權順正이 강화성의 함락 때 自剄한 그의 부인시신을 옮겨가기로 했음으로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부평에서 혼자 떨어져 처가인 충주로 가서 부인과 서모를 만나고 배불리 먹으면서 전적으로 치료하였다. 그러나 인근에 전염병이 번졌을 뿐만 아니라 장모와 방을 함께 사용하는 불편도 있어서 떠나게 되었다. 이 때 季父인 鄭弘溟이 召募使의 일을 마치고 조정의 부름을 받아 입조했음을 들었다. 종기의 상처가 전보다 심해서 상처를 싸매고 자기 몸의 건강을 추스르기에 전념하고, 사당에 고유하였으며 아울러 계부를 찾아 문안하였다. 부평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고 한 달을 서울에 머물다가 三陟의 五十川 中으로 일가를 인솔하고 들어가서 ‘傷虎之計’로서 隱遁하였다.

〈「江都被禍記事」,『抱翁先生文集』 卷五 雜著〉 , p.15 ~ 17에서 인용

è  〈포옹문절공신도비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숭정병자(1636년) 북병이 침범하자 선생이 이르기를 “나는 세신(世臣)이다. 어찌 가히 초야에서 구차히 살고 있으랴?”하고 이에 가족을이끌고 강도(江都)에 들어갔더니 성이 함락되자 중형(仲兄)의 부처(夫妻)가 먼저 해를 당하매 선생이 장차 바다에 뛰어들어 죽으려고 할 즈음에 졸연간 적을 만나 선생이 무릇 세차례나 자문(自刎)하여 쓰러졌으나 오히려 절명(絶命)이 아니되고 적의 다섯 화살을 맞아 왼쪽 눈이 폐명(廢明)되었는데 적이 또 철편(鐵鞭)으로 얼굴을 나타하였다. 부인 이씨와 제부 서씨도 또한 함께 자문했으나 잠깐 뒤에 모두 소생되고 선생도 약간 소생되매 부인에게 이르기를 “나는 반드시 죽을 터이니 원컨데 마리산(摩尼山) 아래에 묻혀서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됨을 면하도록 하라”고 한 다음 또 일가 사람에게 제부(弟婦)와 및 그의 아들을 부탁하기를 “네가 이 모자(母子)를 구제하여 정씨의 절사(絶嗣)가 되지 않게 하라.”고 하였다. 인하여 간신히 기운을 차려 포복(匍匐)하여 중형부처(仲兄夫妻)의 시체를 찾아 염습하여 묻었다.